두 달 만에 영국 대학원 혼자 준비하기 (만 34세, 반려견과 함께 유학가기)

처음 유학을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정확하게 두 달 뒤에 나는 영국으로 출발했다.  

첫 시작은 7월 초, 그리고 내가 한국을 떠난 게 8월 31일이니까 정확하게 두 달. (물론 중간에 파리를 들렀지만) 

 

대학원을 가고 싶다는 마음은 오래도록 있었다. 

다만, 그 만큼의 시간동안 돈은 안 벌면서 공부만 했다가 결국 일년 뒤 내 미래가 보장될까 라는 불확실성 때문에도 나는 선뜻 마음먹기만 했던 일을 시도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흘렀다. 

 

처음 대학원을 가고 싶단 생각을 했던 20대에서 어느 덧 훌쩍 30대 중반이 되어버린 나. 

20대 때는 돈이 없었고 30대가 되니 안정한 삶을 내려놓고 불안정을 선택하기가 두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은 계속 내려 놓질 못했다.

인강을 찾아듣고 자격증 시험 공부를 하고 수료증을 모으고 정말 게으른 내가 꾸준히 뭘 열심히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하다 보니 직장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고 그냥 이대로 살아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2022년이 되어 정말 30대 중반을 앞 둔 내가 정말 결정적 선택을 한 계기는 어떤 40대 중반의 (여전히 젊어보이는) 커리어 적으로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 어떤 여성 분의 말을 듣고 였다. 어떻게 그 자리까지 가시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대답했다.

그냥 했어요. 그냥 하다보니 어떻게 여기까지 왔네요. 

뒷통수를 한 대 씨게 맞은 거 같았다. 아... 그냥... 해야되는 구나!!!!!! 

남들은 공감하지 못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분이 하신 말이 무엇인 지 확실히 느껴졌다. 내게는 이렇게 들렸다.

(귀찮아도, 하기 싫어도, 하기가 두려워도, 시작하기 어려워도, 하다가 힘들어도) 그냥 했어요. 

이유는 없다. 그냥 하다보면 되는 거였다.

온갖 이유를 갖다 대며 하지 않다 보면 결국 절대 되지 않는 게, 그 이유들을 제쳐두고 그냥 하다 보면 되는 것

 

처음 내가 강아지를 입양했을 때 내 나이가 33살이었는 데, 나는 그때까지 몇년 동안 끊임없이 유기견 인스타 그램이든 웹사이트를 열심히도 드나 들었지만 내게는 온갖 핑계가 많았다. '나는 하루 종일 회사에 있으니까' , '나는 주말에 맨날 여행을 다니니까',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어려운데', '괜히 내가 데려와서 더 힘들게 하기만 하는 거 아닐까' 등등 이유가 너무나도 많았는 데 우연한 기회로 어쩔 수 없이 '그냥' 이 아이를 데려왔다. 그리고 내 인생은 180도 달라졌는 데 그 모든 이유들이 우리 둘의 삶을 오히려 행복하고 풍족하게 만들어줬다. 우리는 어디든 함께 갔고 나는 집에 오는 게 너무 즐거워졌고 그 아이는 나를 엄마처럼 따라줬다. 그 모든 이유들은 용기내지 못한 나의 핑계였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그래서 작년 6월 다시 대학원 진학에 대한 생각이 쑝쑝 내 머릿속에 스며들었을 때도 여러가지 이유들이 나를 제지하려 했다. '보통 1년 전엔 준비를 해야하는 데 너무 늦은 거 아닌가', '강아지는 영국에 어떻게 데려간다', '일년동안 생활비는 어떻게 하지', '일년뒤에 과연 내 삶의 질이 더 나아질까', '이 나이에 대학원에 가서 따라갈 수 잇을까', '언어의 장벽이 나를 좌절하게 하진 않을까' 등등 너무나도 많은 이유들이 거기에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했다.

그래, 그 이유들로 못 가게 되더라도 일단 나에게 기회를 줘보고 마지막에 선택하자. 일단! '그냥 해보자' 

그래서 나는 일단 하나씩 해보기로 했다. 되면 생각해보는 거고 안되면 안가는 거지 뭐! 

 

이제 본론. 두 달만에 대학원 지원 과정 

1. 아직 지원서를 넣을 수 있는 대학원들을 추려보자 (지원 기간이 남은)

• 어느 지역으로 가면 경제적 부담이 조금 적으면서도 괜찮을까? 
• 어느 지역에 내가 아는 지인들이 많이 거주할까? 

2. 자기소개서와 관련 서류들은 웹사이트들에 아주 잘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관련 서류 하나씩 준비하고 모으기. 

• 관련 서류들은 웹사이트에 아주 잘 정리되어 있고, 보통은 입학처에 메일 보내면 잘 회신을 해주는 편이었던 듯 
• 자기소개서 내용은 학교 웹사이트에 설명된 학과 내용을 잘 읽고 파악해서 최대한 해당 내용들이 커버되겠끔! 내 경험과 연관하여 
• 저는 전공과 전혀 다른 학과로 대학원을 진학했습니다. 
• 일부 대학원들은 입학지원금이 따로 없더라구요? 저는 딱 한 군데만 지원금 냈는 데 (알고보니 이미 지원기간 지난 상태였음) 

3. 건강관련 서류 준비 (저는 결과 나오기도 전에 일단 결핵검사 받았습니다. 혹시라도 되면 이게 오래 걸릴거라)

• 서울에 병원 미리 예약해서 검진부터 받아놓기 (예약이 마음대로 잘 안되서 그냥 미리) 

4. 비자 센터 (미리 비자센터 관련 서류랑 건강보험금 납부할 거랑 다 준비해놨어요. - 정보랑 이런 거 입력하고)

• 미리 내용은 다 입력해두고 아는 만큼, 알 때마다, (제 메일 계정으로 내용 저장이 되더라구요)
• 영국 비자 센터 방문 예약도 미리 했어요. 결과 나오기 전에 ㅎㅎㅎㅎ 안되면 변경할 생각으로 
• 그리고 특급 빨리 나오는 거로 신청 - 비자 결과가 1주일 만에 나왔습니다. 

5. 대학원 합격 통보 

• 이메일로 컨디셔너 혹은 언컨디셔너 레터가 날아오더라구요. 저는 4-5군데 정도 지원했고 3군데에서 오퍼 받았습니다. (1군데는 지원기간 마감, 1군데는 그냥 다른 자소서 뺏겨서 대충 내서 그런 지 탈락) 
• 해당 레터는 여러가지로 쓰여요. 예를 들어 한국 은행에 해외 유학생 등록 할 때 ! (체제비로 큰돈을 보내는 데 유익합니다) 

6. 강아지 서류 준비 

• 저는 강아지가 제일 중요해서 이 부분은 아예 초반 부터 챙겼어요! 접종부터 서류까지 모두 다 이미 한달 전에 준비 완료 

본 내용은 저 혼자 기록용으로 남긴 내용입니다. 혹시나 누군가 그냥 할 용기가 필요할 사람이 나처럼 또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리고 결국 저는 지금 영국에 와있습니다. ㅎㅎㅎㅎ 그리고 제 소중한 반려견이 모든 여정을 함께하고 있어요. 

결국은 그냥 하다보니 여기까지 저도 왔네요.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오는 데 너무 설레고 신났어요. 

 

앞으로도 그냥 해보면서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려구요.

그리고 조금 늦은 느낌은 있지만 내 나이 45세에 (10년 목표) 내가 원하는 목표지점에 내가 도착해 있다면 정말 너무 행복할 거 같아요. 

저희 어머니가 늘 그랬는 데 인생은 길고, 직업이 살면서 다섯 번은 바뀔 거라고. 정말 그 말이 맞네요. 

직업을 다섯번을 바꿀 필요는 없지만, 계속 개척하고 계속 하고 싶은 걸 해보면서 그렇게 인생 살아 보려구요. ㅎㅎ 

 

갑자기 혼자 기록 남기기

끝.